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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2 본문
Robert B. Cialdini &...
우리나라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책 설득의 심리학 2편이지요. 정말 실망입니다. 사자성어로 이야기하면 '견강부회'입니다. 한마디로 어거지랄까요.
어찌나 황당하던지, 첫째 든 의문은 '치알디니 책 맞아?'였습니다. 정말 설득의 심리학이란 이름을 도용한 짜깁기 짝퉁 책스러운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모든 번역책에 나오는 원제가 없습니다. 더더욱 의심이 갑니다. 얼마나 궁금했던지 아마존에 직접 들어가 검색을 했습니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Yes!: 50 Scientifically Proven Ways to Be Persuasive' 가 원제로군요. 그리고 영어 본문을 찾아봤습니다. 아하!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애초부터 이 책은 '설득의 심리학 2'가 아닙니다. 설득의 심리학에 나왔던 6가지 법칙 따윈 없는 책이었습니다. 그냥 영어제목과 같습니다. 설득에서 유용성이 입증된 50가지 팁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굳이 원칙을 가르치려 애쓰지 않고, 다양한 사례를 팝콘처럼 즐기게 만든 책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이 이해갑니다. 그 자체로 즐기면 나름 의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득의 심리학 2편이라고 굳이 제목 단 기획자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첫째, 구조화가 안되는 혼란입니다. 6가지 원칙과 각장 소제목들 간 전혀 정렬이 안됩니다. 이 부분은 이미 격물치지님이 써 놓은 글이 있군요. 그래서 읽는 내내 혼란스럽습니다. 각론에 동의하고 총론에서 갸우뚱하게 되니까요.
둘째, 설득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 부분입니다. 책을 본 후에 배워 익힐 부분이 남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키워드를 모조리 지웠습니다. 억지로 교훈형, 액션형으로 레이블을 바꿔 달았습니다. 그래서 내용과 키워드가 매치가 안됩니다.
예컨대 1장의 원래 키워드는 불편하게 만들기 (inconveniencing)입니다.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 이유를 긍정적으로 설명하면 호응을 얻게 되는 사례입니다. 이걸 사회적 증거의 하부로 포지셔닝해 '다수행동으로 설득하라'라고 놓으면 안됩니다. 의미는 닿지만 실천적 강령이 물밑으로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부정적인 면을 알리는 'self-destruct'를 파괴적 메시지라 하는건 또 뭔지. 내내 그런 경향이 이어집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설득을 전혀 이해 못하는 사람이 뽑은 막장 제목입니다.
이 책을 평가하자면,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 정체불명의 퓨전요리로 만든 느낌입니다. 아니면, 도서관에서 인덱스를 다 지우고 본문만 랜덤하게 보여주는 경우랄까요. 아무리 수긍가는 내용도 이렇게 보여주면, 좋은 의도의 반복적 되뇌임과 다르지 않습니다.
책 만드는 입장에서 전작의 명성에 기대어 가고 싶은 프랜차이즈 전략입니다. 그걸 왜 이해 못하겠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맥락없이 뽑아 놓는건 책을 모독하는것 아닐까 싶습니다. '설득의 심리학'을 손수 기획한 전설적 기획자마저도, 조심스레 2편은 원제대로 '예스!'를 강조한 제목이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말씀하실 정도입니다. 치알디니는 알까요? 이렇게 키워드와 집필의도를 훼손한 책이 돌아다닌다는걸.
제가 베스트는 뽑아도 워스트는 안 뽑습니다. 하지만 만약 뽑는다면 이 책은 5위 안에 확실히 들어갈듯 합니다. 설득의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차라리 1편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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