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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생각의 출현

Inuit 2009. 4. 26. 11:08
137억년 전, 빅뱅이 있었습니다. 혜량하기 힘든 우주가 하나의 무한질량에서 폭발하는 상황이 상상 가능한가요. 그 이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팽창하고 있는는 우주의 프론티어 밖은 무엇이 있을까요. 온통 수소가 타고 남은 재들이 어떻게 다양한 원자가 되고, 그 원자에서 어떻게 생명이 나왔을까요. 수 많은 생명 중, 인간은 어떻게 의식이 생겨났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사고하고 실험하게 되어, 스스로의 세상이 태어난 우주적 과거를 거슬러 그 우주탄생의 순간을 상상할까요.

박문호

작년에 박문호씨의 강의록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모습을 봤습니다. 몇가지 인상으로 인해, 신비론적 과학자가 아닐까 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들쳐보니 그리 나쁘지 않은듯 해서 구매한 책입니다.

ETRI 연구원이면서 방대한 독서를 통해 타분야의 전문서적을 쓴 대단한 필자입니다. 책의 스케일이 말해줍니다. 우주의 빅뱅에서 시작해 의식이 출현하는 과정을 쫓습니다. 

진화
요즘 뇌과학 결과에 따르면 놀랍지 않은 결론이지만, 의식은 진화의 결과입니다. 생명체는 세포 단계를 지나 다세포로 진화합니다. 그리고, 특별한 세포들을 진화시키지요. 인간을 신경학적으로 요약하면 단순한 결과를 보입니다.

감각세포 -> 신경세포 -> 운동세포

결국, 진화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운동이 필요합니다. 운동을 잘하기 위해 신경세포가 필요합니다. 고등한 처리를 하는건 뇌입니다. 그리고 이 중요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몸속에 신경을 가둡니다. 신경은 외부를 수용하기 위해 감각세포가 필요하지요. 결국, 감각의 처리로 운동을 계산하는게 인간의 숙명이고 뇌의 임무입니다. 뇌는 감각 입력을 운동 출력으로 바꾸는 프로세서(processor)입니다.


의식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의식은 '진화적으로 내면화된 움직임'입니다. 이나스의 주장입니다. 운동출력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이기 위해 의식이 출현하지요. 특히, 감정은 불확실한 외부상황을 해석하는 필터가 됩니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저자가 정리했듯 흥미로운 관점들이 이어집니다.
.
  • 창의성은 입력에 대한 '독특한 출력'입니다.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상상과 미래의 추론이 강력히 결합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정보의 양이 중요합니다. 학습이 임계점을 넘어야 창의성의 발현가능합니다
  • 꿈의 기능도 중요합니다. 꿈은 낮의 중요 순간을 갈무리하는 오프라인 학습과정입니다. 만일, 인간이 꿈을 꾸지 않는다면 학습과 추론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크기가 지금보다 더 커져야 동일한 사고능력을 갖는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커야냐면, 한 수레정도 되어야 한답니다.
  • 뇌의 기능 중 의식으로 표면화되는 부분은 고작 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5%는 무의식입니다. 이중 대부분은 소뇌가 담당합니다. 소뇌는 근육의 제어, 자세 제어를 위한 계산을 끊임없이 담당합니다. 말하자면 보조연산장치(co-processor)입니다.


각주
이 외에도 재미난 내용이 많습니다만, 재미없는 내용이 압도합니다. 책은 무척 지루하고 따분합니다. 우주의 기원에서 의식까지 커버하려는 열정과, 그 과정을 정확하고 상세히 적으려는 욕심이 엉겨버렸습니다. 

결과는 방만한 열정입니다. 큰 뼈대 이 외는 모조리 살이라 스토리가 흐물거립니다. 인용과 짜깁기라는 폄하도 감수해야 합니다. 이나스의 각주에 에덜만의 주해를 덧 댄 형국이니까요. 지나치게 국소적인 설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뚜렷한 독서의 목적 없이 소일과 호기심의 독자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그러나 전문가가 썼다면 이런 비판이 합당합니다. 하지만, 독서와 공부의 결과라면 다르게 봐야 합니다. 저자의 열정과 인내에 전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이 공 들인 작품을 소장하는 자체가 의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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