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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향한 골드러시

Inuit 2021. 4. 3. 07:32

십 수년 , 맥주에 관한 책을 쓰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아직 에일도 들어오기 전 맥주의 다양한 매력에 심취한 때였지요. 당시 유럽 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독일, 체코,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영국의 특성이 조금씩 다름을 알게 되면서 그 다채로움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출간된 서적에 대해 조사를 해봤더니 이미 훌륭한 맥주 책이 나와 있었습니다.

' 이상 없겠다.'

바로 접고 다른 주제를 생각했죠.

Goldrausch im All

예전 일화가 생각나는 책입니다.

나왔어야 할까.

책은 꼼꼼하고 다양한 사례가 망라되어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 번역이 끔찍해서 말인지 알아듣기가 힘듭니다. 저는 이쪽이 전공인데도 불구하고, 맨발로 돌밭 걷는 속도로 읽을 밖에 없었습니다. 온갖 짱돌과 사금파리가 널려있는 번역이라서 그렇습니다. 역자가 자기가 무슨 문장을 번역하는지 알까 싶습니다.

 

그리고 독일 저자답게 시각이 유럽에 치우쳐 있습니다. 미국 위주의 세계관이 대종을 이루니 균형감을 잡기는 좋습니다. 하지만, 기계적 균형감은 별로입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유럽의 다양한 시도와 사례를 정리해둔건 사료로서 의미는있을지 몰라도, 개요만 파악하고 싶은 독자에겐 고역이기도 합니다. 특히 유럽인 독자가 아니라면 더 그렇습니다. 삼국지로 치면, 장비와 하후돈의 싸움 이야기하다가 굳이 이각과 각사 이야기만 들입다 오래하니 말입니다.

 

책의 전반적 내용은, 일런 머스크, 베프 베조스, 리처드 브랜슨으로 촉발된 민간의 우주 탐험, 스페이스에 대해 방대하게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타이탄'이라는 걸출한 책이 있는데 하위호환인 이 책이 무슨 소용일까 싶습니다. 타이탄은 시각이 미국 위주 점만 빼곤 르포기사처럼 깊이있고,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책입니다. 아쉽게도 지금의 우주산업은 미국위주로 서사가 진행되니 어쩔수도 없고요.

 

이런 정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스페이스를 개척한 공이 앞서 말한 세 명의 걸출한 창업자에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각자의 특성을 따져봤습니다.

 

리처드 브랜슨: 관심 끄는데 쵝오. 돈은 얼마 안 댔음. 기술이 약해서 중간에 곤혹치렀음
제프 베조스: 처음에 은둔하며 비밀리에 사업착수. 아마존 주식 팔아 매년 몇조씩 돈대며 스텔스 모드. 기술은 신뢰감 있게 잘 나왔음.
일런 머스크: 베조스만큼은 아니지만 페이팔로 번돈 많이 갖다 박았음. 기술적 성과가 가장 앞섰고 주목왕.

예컨대 2017년까지 우주 관련해 소셜미디어에 양이 이렇습니다.

베조스: 200

머스크: 3,500

브랜슨: 17,000

012

의외의 생각 포인트 하나 건진 부분은 있습니다.

현재 지구에서 합의된 우주법은, 지구밖에서 생명체를 발견하여도 취하는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화성인을 발견하여 잡아올 수는 있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전시하거나 사냥하는건 불법입니다. 그러다보니 추후에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목성에서 물고기를 발견하고 잡을 수는 있지만, 먹거나 판매는 안됩니다. 새로 만나는 생명체는 우리가 지성체인지 아닌지에 대한 구분이 쉽지 않 수도 있습니다. 나중엔 생명체를 식용으로 사용하고 싶어질 때는 어떤 기준을 가져갈지도 흥미롭겠네요.

 

Inuit Points ★

굳이 책의 장점을 꼽자면, 미국과 유럽의 산업적 기저를 꼼꼼히 다룬 균형감입니다. 데이터는 저도 눈이 시원할 정도로 정리했습니다. 예컨대, 1kg 우주로 보내는 비용이 나사는 1.4, 아리안은 9백만원, 팰컨은 3백만원인데 이런 데이터들을 보기좋게 비교하거나 도해로 정리해둔 점은 좋았습니다.

 

반면, 이런 번역이라면 책을 냈을까 싶습니다. 요즘 뜨끈한 주제니 시점을 놓치고 싶지 않았겠지만, 그래서 저도 낚여 사긴했지만, 나무에게 미안하단 생각도 듭니다. 별점 셋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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