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Italia 2011 (21)
Inuit Blogged
쇠사슬의 베드로 성당은 미켈란젤로의 모세상 때문에 꼭 가고 싶었던 곳입니다. 대리석에 붓질을 했다는 평을 듣는 부드럽고 섬세한 조각이 특징입니다. 무엇보다, 미켈란젤로 자신이 모세를 조각해 놓고, '왜 말을 안하는가?'라고 물었다니 할 말 다 했죠. 안 볼 수 없습니다. 쇠사슬 성당이 관광객 주요 루트에 있지 않은 탓인지, 파업 탓인지, 꽤나 한산한 교회에서 모세 상을 한참 바라 봤습니다. 머리에 뿔이 독특하다 했더니 아들이 설명을 해줍니다. "유대 말로 후광이란 말이 뿔과 유사한데 와전이 되었대요. 그래서 미술품에 종종 뿔을 넣은 경우가 많대요." "그렇군." 성당의 가운데에는 베드로를 묶었던 쇠사슬이 있습니다. 그래서 쇠사슬의 베드로 성당으로 불리웁니다. 이런 유니크 아이템을 보면 신화적 종교에서 역..
로마를 떠나기 전 마지막 날, 관광으로는 마지막 전일 일정입니다. 해도 9시까지로 워낙 길고, 줄 서는데 시간을 거의 안 쓰고도 중요한 곳을 대부분 봤습니다. 그리고도 하루 남았으니, 꽤 여유로운 일정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세운 애초 계획은 '선선한 마무리'였습니다. 그간 일주일을 아침부터 밤까지 쉴새없이 걸었기에 식구들 모두가 자잘하게 발, 무릎 등에 무리도 있고, 몹시 피곤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많이 보겠다는 욕심 내지 않고 로마 패스를 이용해 주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우선 순위는 낮지만 봤으면 하는 것들을 차분히 보려는 계획이었지요. 특히 저는 성당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로마 4대성당하면 Peter, Paul, Mary and John입니다. 즉 베드로, 바오로, 마리아 그리고 요한 성..
로마의 시스템이 참 불만족스럽고 사람들이 거칠다는 점은 이미 설명했지요. 궤를 같이 하여,로마에서 머문 5일 동안 우리 아들은 세번의 위기를 넘겼습니다. 첫째는 로마에 도착한 날입니다. 테르미니 역 앞의 길을 건너려는데 택시가 쏜살 같이 앞을 지나가는 바람에 아이가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다행히 놀라서 가방을 놓아버렸고 가방만 건드리고 갔습니다. 둘째는 나보나 광장이었는데 쓰레기 차가 아이 귀 옆을 정말 5cm 여유도 없이 곁을 스쳐갔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눈앞에서 오버랩되는 아이와 차의 모습은 기이하도록 길고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열받은 아내, 차를 쫓아가서 큰소리로 항의를 했는데, 여성 운전사는 비실비실 웃고 도망가 버렸습니다. 일부러 놀리려고 한게 아닐까 싶게 뻔뻔한 모습이었습니다. 셋째는 다..
세계 신도를 감싸안듯 웅혼한 광장에서 잠시 머물다, 산탄젤로(Sant'Angelo)를 향합니다. 제가 로마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거룩한 천사의 성이란 이름에 걸맞는 대천사 미카엘 상이 꼭대기에 올려져 있습니다. 590년 대 역병이 돌 때 대천사 미카엘이 칼을 집어 넣는 모습을 교황이 꿈에 본 후 정말 역병이 멈췄습니다. 그 이후 거룩한 천사가 도시를 구했다는 감사로 지은 조각상입니다. 물론 건물 자체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영묘로 지어졌고, 그 튼튼함으로 인해 방어 건물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예술적, 문화적 건물이 빼곡한 로마에서 유일하게 본 성채, 카스텔로이지요. 중세 이후에는 감옥으로 사용 되기도 합니다. 우아하지만 단단한 건물, 세련되지만 절제된 장식이 어울려 귀족 장군 같은 독특..
로마 관광의 백미 바티칸에 가는 날입니다. 가장 들어가기 힘든 곳은 바티칸 미술관입니다. 여기서도 우피치와 같은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밥도 안먹고 바티칸으로 출발했지요. 그런데 아뿔싸. 모두 예정 시간에 일찍 일어났음에도, 오히려 그 사실 때문에 늑장을 부리다가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습니다. 갔더니 이미 줄이 한가득이더군요. 그냥 서있으면 두세시간은 족히 걸릴듯 했습니다. 다행히 우린 자유 일정. 내일 아침에 다시 더 일찍 오기로 하고 미련없이 줄을 벗어납니다. 바로 바티칸 시국으로 향했습니다. 워낙 일찍 움직인 탓에 줄도 없이 바티칸에 들어가고, 쉽게 베드로 성당의 쿠폴라에 오릅니다. 로마 제일경.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베드로 성당입니다. 베드로가 죽어 묻힌 자리에 서있는 성당이기..
이젠 고대로마에 가볼 차례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콜로세움에 갔습니다. 로마 패스 덕에 줄도 안서고 바로 들어가 체력과 시간을 많이 아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익숙한 모양. 항상 그림 속에서만 보던 콜로세움을 직접 보니 오히려 비현실적인 느낌이 듭니다. 시공이 혼돈스러운 감정과 엄청난 규모에 압도됩니다. 그나마 유적 안으로 들어가니 콜로세움에 왔구나 싶습니다. 이면을 봤다는건 실제와 마주했다는 좋은 증거겠지요. 콜로세움의 고층 관중석이 꽤 높은지라 바람이 셉니다. 해만 피하면 상당히 시원할 정도입니다. 지금 세계 사람들이 베르나베우나 캄프 노우, 웸블리에 열광하듯, 당시 콜로세움은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스타디움이었겠지요.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숫자인 8만명을 수용했던 위용은 ..
로마는 그 명성과 관광객의 수에 비해 대중교통이 매우 취약한 도시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경주처럼 땅속을 건드리면 유물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지하철을 깔기 어려운 탓이 큽니다. 하지만, 전차나 트램, 다중구조 버스 등 대량 수송 수단을 갖추지 못한 것은 분명한 문제입니다. 그러다보니 후진적인 버스 시스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매우 불편하지요. 예전 80년대 서울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툭하면 잘 막히고, 차가 늦게 오기 쉽고, 와도 사람이 많아 비집고 들어가기도 힘든 교통입니다. 같은 이유로 소매치기도 극성이지요. 바티칸 행 64번은 잘 알려진 도난전문 노선입니다. 이탈리아 간다니 여러 사람들이 경험담을 들려주며 조심을 당부한 탓인지, 우리 가족은 소매치기나 도난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소매치기..
식사를 마치고 판테온에 갔습니다. 구의 지름과 천장의 높이가 같은 독특한 기하라든지,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빛이 들어오는 구조 등은 잘 아는 바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처럼 기대를 뛰어 넘는 정서적 만족을 준 곳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웅장한 규모에 압도됩니다. 근방에서는 사진을 찍어도 전체 모양이 잡히지 않을만한 크기입니다. 이것을 고대 로마시대에 만들었다는게 짐작이 되지 않지요. 이 독특한 구조는 바티칸 미술관이나 파리를 비롯해 무수한 후대 건축가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오죽하면 브루넬레스코는 로마 유학 시절에 판테온의 벽을 몰래 깨서 그 공학적 비밀을 습득했겠습니까. 그러나 판테온의 매력은 넉넉한 공간 사이로 들어오는 서광입니다. 판(pan)테(the)온이란 뜻 그대로 모든 신을 섬기는 범신전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로마 패스를 얻고 나니, 무슨 운전면허증이라도 딴 듯 기쁘더군요. 어쨌든, 로마에 3일 이상 있을 사람은 로마패스를 꼭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모든 로마의 교통시설을 3일간 무제한 이용 가능한데다, 바티칸을 제외한 두 곳의 관광지에 무료 입장이 가능합니다. 세번째 관광지부터는 할인요금이 적용되지요. 그래서 3일간 집중 관광하는 경우, 비용과 시간 면에서 매우 유용합니다. 예컨대, 콜로세움 같은 곳은 로마패스 줄이 따로 있어서 긴줄 안서고 바로 들어가 두시간 정도는 벌어줬으니 티켓 값 이상을 톡톡히 했지요. 아침에 로마 패스 산다고 허비한 시간을 바로 토해냈습니다. 로마 패스를 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버스타기였습니다. 베네치아 광장에 가고 싶었습니다. 바티칸까지 가는 64번 버스를 ..
유럽 여행을 한다면 가장 나중에 봐야한다는 로마입니다. 여길 보고 다른 데를 보면 모두가 시시해 보일테니까요. 영 과장은 아닌 것이, 고대부터 중세까지 제국의 황제, 기독교의 황제가 거한 곳이며 서양세계의 트렌드를 주도했고 문명의 선도자였던 곳입니다. 그래서 로마를 유럽 도시의 홈타운이라고도 하지요. 하지만, 첫 인상부터 로마는 꾸깃꾸깃합니다. 역 근처의 마디손(Madison)이라는 호텔에 묵는데 서비스가 끔찍합니다. 불친절과 무뚝뚝은 관광지라고 이해한다 쳐도, 미리 예약한 방조차 준비가 안되어 네명이 세명 한 방, 한명 한 방 묵어야 합니다. 미안한 기색도 없습니다. 정 싫어서 바꾸고 싶으면 내일 바꿔달라고 말해 달랍니다. 당연히 싫다고 했더니, 한번 자보고 내일 말하면 조치를 취해 보겠답니다. 다음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