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비 (2)
Inuit Blogged
드디어 로마 입성입니다. 테르미니 역 근처, 숙소에 여장을 풀고 제일 먼저 성모 마리아 대성당(Santa Maria Maggiore)에 갑니다. 한 부자가 성당을 기부하려고 하던 차에 교황이 꿈을 꾸었는데, 한 여름에 눈이 내리는 곳에 지으라는 계시를 받지요. 설마 했는데 과연 흰 눈이 내린 곳이 있어 성당을 지었다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입니다. 그래서 별명도 설지전(雪地殿)이에요. 로마 4대성당 중 하나입니다. 7월의 이탈리아는 일광절약시간을 운용중이라서 9시나 되어야 해가 집니다. 그러니 저녁 때도 덥지 않아 오히려 다니기 쉽습니다. 가벼운 산책삼아 나선 길이지만 내쳐 걷습니다. 매일 순례자처럼 걷다보니 꽤 피곤했지만, 마침 로마오는 기차에서 한참 잘 쉰 덕에 멀리 걸을 수 있을듯 했습니다...
지난 주말, 또는 저번 달 말렵, 아니면 작년 크리스마스에 서산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서산 내려가는 도중에 비가 억수같이 와서 여행을 망치나 싶어 근심이 깊었습니다. 우리뿐 아니라 격물치지님네를 포함해 세 가족을 더 초청했기에 날씨가 아주 중요했거든요. 바베큐나 아이들 놀기에 비는 최대의 적입니다. 다행히 서산 도착할 즈음 기적같이 비가 그쳤습니다. 하지만 날은 춥고 땅은 질척입니다. 가장 처음 들른 곳은 서산 마애삼존불입니다.아.. 그 해맑고 순박하면서 장난기 가득한 저 미소란. 정말 마음속 수심이 구름 걷히듯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 지극히 인간적이면서 인간의 경계를 넘는 미소를 한참 바라보고 또 바라봤습니다. 백제 서민 미술의 힘을 보았습니다. 교과서에서 외우던 일곱 글자 '서산마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