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엔드 오브 타임 본문
1️⃣ 한줄 평
읽은 책 중 가장 광대한 시공간 속, 우리 의식의 물질적 의미를 궁구해 봄
♓ Inuit Points ★★★★☆
문과 끝판왕 철학과 이과 끝판왕 물리학은 짐짓 거리를 둡니다. 각자의 도메인 내에서 인문학 또는 과학을 받치는데 주력하죠. 브라이언 그린은 선넘기를 시도해요. 물리학으로 의식과 마음을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물질의 근원인 빅뱅에서 출발해 우주의 2대 원리인 엔트로피와 진화를 통해 발달사를 더듬습니다. 책은 현생인류를 지나, 우주의 종말까지 설명합니다. 그 안에서 인간과 생각의 의미를 짚는건 우주적으로 중립적입니다. 수학이 미학으로 느껴지는 글이고, 훌륭한 교훈들이 많습니다. 별 넷 주었습니다.
❤️ To whom it matters
- 별보며 우주의 광활성에 신비감을 가져본 사람
- 우주적 시간규모를 가늠해보고 싶은 사람. 빅뱅에서 종말은 어떨지 한번이라도 궁금했던 사람
- 의식의 물질적 토대가 궁금한 사람(=접니다)은 찾는 대답이 딱 나오진 않음 주의.
🎢 Stories Related
-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 엄청난 시공간을 자랑합니다만, 소설입니다.
- 잘 써진 책 중, 최고로 방대한 커버리지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 생각합니다.
- 저자 브라이언 그린은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필두로 대중과학서를 여럿 출간한 물리학자입니다.
Until the end of time: Mind, matter, and our searching for meaning of an evolving universe
Brian Greene, 2020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벽돌책이고, 물리학 이야기라 어렵습니다.
대중적 글쓰기에 단련된 저자의 솜씨가 아니라면 방대함과 난해함으로 완주하기 쉽지 않을 내용입니다.
책의 흐름을 제나름대로 도식화하여 설명해보겠습니다.
그린은 자신의 강점인 우주론, 그 중 'theory of everything'을 통해 의식을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자연, 물질의 시초인 빅뱅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주의 근본원리를 두가지, 엔트로피와 진화라고 말합니다.
빅뱅 이후 뜨거운 초기 우주는 수소가 흩뿌려졌고, 이내 식어 무거운 원소인 헬륨, 리튬으로 응축됩니다. 이 과정이 지속되다 철(Fe)까지 융합이 되고, 광대한 공간엔 크고 작은 별이 생깁니다.
이 별 위엔 여러 분자가 이합집산을 하는데, 특히 지구란 별에선 두가지 혁신이 일어납니다. 복제에 특화된 분자구조인 DNA와, 만물을 녹일만큼 상당히 래디컬한 물(H2O)입니다. 이후, 진화의 과정을 거쳐 여러 생물과 인간이 발생하죠.
지구 생물 중, 인간은 뇌라는 독특한 기관을 가지고 생존과 진화적 이득을 점유합니다. 뇌는 부산물로 의식을 갖게 되죠. 브라이언은 의식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의식은 단순화된 도식을 선호하는 뇌의 성향이 무언가에 집중하는 자신에게도 적응되어 집중을 유보한 물리적 과정을 무시한 결과다.
이 건조하고 모호한 말을 책 한권으로 풀어쓴게 '내가 된다는 것'이죠. 한편, 의식의 물질적 토대가 궁금해 읽은 저로선 '생명 6요소인 CHONPS가 얽히고 섥혀 생긴 부산물'이다 하고 휘릭 넘어가는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게 뇌과학자들이 애써 밝혀낸 현주소이니 물리학자가 어쩌긴 어렵겠지요.
이제, 뇌에 대해 조금 더 탐구합니다. 인간의 추론 엔진은 상상력을 장착하고 종교를 창안하고 예술이 생겨납니다. 종교는 협업적 뇌라는 측면과 불확실의 설명력으로 진화했다고 봅니다.
예술이 재미납니다. 음악이나 미술을 잘한다고 자연선택이나 성선택에서 더 유리한 점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우린 예술능력을 유전하며 살까요? 브라이언은, "음악은 치즈케익"이라 말한 스티븐 핑커를 빌려 말합니다.
죽음을 앞둔 존재의 성찰, 진화적 선택을 위한 집중력, 세상과의 관계 정립 능력이 발현된 한 형태가 예술이라는 관점입니다. 달리 보면, 예술은 진화의 목적이 아니라 진화의 부산물인거죠. 진화는 패키지로 일어나니까요.
이후 책은, 우주도 브라이언도 대폭주합니다. 지금까지의 138억년 우주는 비교도 안 될 먼 미래까지 갑니다. 의식의 생장이란 관점에서 소멸 시점을 좇습니다. 태양은 50억년 후면 불이 꺼집니다. 지구는 태양보단 더 오래 가지만 그땐 질소와 산소가 액화되어 하늘에서 뚝뚝 떨어지니 생명체가 존재하기 쉽지 않습니다.
블랙홀을 비롯한 매력적인 우주 종말 이야기를 제쳐두고, 의식의 미래로 마무리하면 이렇습니다.
결국 인간은 절멸해도 어떤 사고체(thinker)는 있을 수 있다.
이 사고체의 미래는 어떨것인가?
사고과정은 엔트로피 과정이고 결국 우주의 온도 또는 엔트로피 상태가 좌우합니다. 절대 영도(0K) 근방까지 떨어지면 고품질 엔트로피를 들여 생각 과정으로 소비하고 다시 저품질 엔트로피를 내뱉는 순환이 불가해닙니다. 사고체는 더 이상 '생각'을 못하고 종말을 맞는다 합니다. 지극히 물리학적이고 물질적인 설명입니다만, 우주적 규모로 기술하면, 현존 지식으론 저게 최선이겠다 싶습니다.
과학책임에도, 다 읽고 나면 경이감이 듭니다.
우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대답은 책에 있습니다. 빅뱅에서 빅크런치로 우주는 생멸합니다. 태양은 50억년 정도 지나 꺼질진대, 정확한 시점이 변할뿐 폭발은 100% 확실합니다.
이 광대한 우주적 시공간에서 인간은, 우리는 뭘까요?
여기서 철학자의 도움이 큽니다.
인간의 죽음은 생의 의미를 깊게 하지만,
개체적 죽음은 영속하는 인류를 가정하고 있다.
인류가 절멸한다면 의미는 사라지고 무력감만 남는다.
따라서 이 유한한 삶속, 무력하지 않은 동안, 의미를 깊게 하는게 인간의 바람직한 자세이자 이 복잡한 수학적 기술의 목적일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지적으로 즐겁고 발견의 경이감이 충만했던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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