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이처럼 사소한 것들 본문
1️⃣ 한줄 평
두번 읽으면 더 매력적인 글.
♓ Inuit Points ★★★★☆
그저 평범한 일상을 묘사한 소설입니다. 그럼에도 기이한 흡인력에 매료되어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조금씩 드러나는 불안 요소. 마지막 결말에 가면 깨닫습니다. 한 단어 낭비 없이 모든 것이 치밀한 빌드업이었다는 걸. 별 넷 주었습니다.
❤️ To whom it matters
- 얇지만 알차고, 건조하지만 글맛 좋은 이야기가 필요한 분
- 잘 쓴 소설의 표본을 보고 싶은 분
🎢 Stories Related
- 가장 얇은 부커상 수상작으로 유명합니다.
- 같은 아일랜드 출신인 킬리안 머피가 제작과 주연을 맡아 영화로 제작 완료되었습니다.
Small things like these
Claire Keegan, 2021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책의 결말이 드라마틱 하지 않을 뿐더러, 주인공 빌 펄롱이 결심하는데서 끝나기 때문에 스포일러랄게 없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재미가 미리 드러나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며 적습니다.
클레어 키건의 글이 '탄광의 다이아몬드'라 불리우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의 글은 시적입니다. 스타일과 추상성 말고, 단어 하나하나 낭비하지 않고 전체에서의 쓰임새를 염두하여 적었기 때문입니다. 테드 휴즈가 말했죠.
잘 써진 시는 불구를 만들거나 죽이지 않고 한단어도 덜어내거나 더할 수 없다.
휴즈 창작론의 소설 버전이 '이처럼 사소한 것들'입니다. 첫 문장조차 허투루 쓰지 않은게, 평범한 강 풍경을 묘사해도, 헐벗은, 불은, 북실북실한 등의 단어를 사용해 책의 중반 이후 밝혀지는 부조리를 암시합니다. 그래서 실체를 보기전에, 심지어 마을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누적되는 단어로 세계관에 스며듭니다. 부조리와 평범한 삶이 중첩되어 펼쳐지는 마을이란 공간을 설명할때, 적절한 단어를 채용해 실물과 감성을 중첩하는 치밀한 설계가 키건의 다이아몬드죠.
지루할만큼 지극히 평범한 어떤 아일랜드 마을, 1985년. 경제가 어려운 시절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합니다. 아무 드라마도 일어나지 않고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어디에나 있을 법한 가족의 이력, 마을의 대화 등을 재미나게 귀기울이며 책장이 훨훨 넘어갑니다.
그러다 펄롱이 서서히 어떤 문제점을 느끼고, 주인공의 불안감은 시나브로 독자에게도 전염됩니다. 아주 사소한 일입니다. 이걸 온 마을 사람들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겨도 되고, 피해를 감수하고 후벼 파도 되는 선택이 있습니다. 이 딜레마에서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합니다.
결국, 어떤 선택이든, 한마디 물음의 답이라면 꽤나 자명할겁니다. 덮든, 파든 판단은 명료할테니까요. 하지만 책 전편에 걸쳐 쌓아놓은 이야기체계 속에선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자신을 도왔던 미시즈 윌슨과 네드란 인연, 소문이 빠른 좁은 공간을 구성하는 무뚝뚝해도 착한 이웃들, 경제도, 교육도, 예배와 친분이 한덩어리가 된 로컬 공동체에서의 평판이란 무게. 이 모든 상황 속에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키건의 탁월함은 이 지점입니다.
심리의 이행과정을 내면으로 적으면 개별적, 특수한 이야기가 됩니다. 하지만 툭툭 잘라 내어 놓는 살라미처럼 수많은 에피소드로 쌓으면 보편적이 됩니다. 즉, 대화와 에피소드에 포박되어 순식간에 주인공 세계로 빨려든 독자는, 같이 딜레마에서 선택을 해야하는 공감에 빠집니다.
더 과감한건, 펄롱의 행동은 열린 결말로 두고, 결심에서 글을 맺습니다. 오로지 독자의 심적 여행에 집중한 글이고 매우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그래서 그의 글은 두번 읽을 때 매력있습니다. 시적으로 압축한 씨앗을 독자 마음에 심고, 에피소드란 물을 흠뻑 주었기 때문이죠. 다음 번 읽을 땐 아무렇게나 뿌려둔줄 알았던 곳에 새싹이 자라나 있는걸 눈치챌 겁니다.
예컨대, 들어내도 좋을만치 사소한, 주인공이 길 잃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길을 묻자 노인은 쓸데 없는 대답을 해주죠.
"This road will take you wherever you want to go, son"
종반부 주인공의 딜레마이고, 책의 주제의식인데 길도 못가르쳐주는 노인의 대사에 넣어둔 것도 이미 독자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킨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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