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본문
1️⃣ 한줄 평
찰(察)
♓ Inuit Points ★★★☆☆
이번에 까미노 가서 이 책 제목을 수없이 떠올렸습니다. 모든 길이 서로 헤어졌다 만나는 얽힘을 내내 보게 되니까요. 함민복 시인의 산문집인데, 글이 참 좋습니다. 별 셋 주었습니다.
❤️ To whom it matters
- 함민복 시인의 팬
- 시 짓는 마음을 알고 싶은 분
- 예쁘지만 속이 꽉찬 글을 보고 싶은 분
🎢 Stories Related
- 함민복 시인을 직접 뵙고 온 적 있습니다
- 제목은 시의 한 구절입니다
- '길은 서로 만난다, 섬인 길은 없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함민복, 2009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함시인이 강화도에서 원숙해져가며 쓴 산문들입니다.
강화로 옮긴 후 그는 생을 보는 눈매도 깊어지고, 글도 따라 깊어집니다.
굳이 패턴을 추려보면, 이런 형식의 산문이 많습니다.
일상의 놀라운 관찰 + 과거에 각인된 관찰 기억 = 생의 통찰
그래서 한줄평으로 찰(察)을 택했습니다. 관찰(察)을 버무려 통찰(察)에 이르니까요.
예컨대 이래요. 아이들의 농촌 체험을 애정어리게 적다가, 왜 체험은 추수 체험만 있을지 곰곰 생각합니다. 그러다 과정보다 결과만 숭상하는 시대를 바라봅니다. 결국 우린 대통령마저 봉사 한번 안한, 과정 없는 결과를 뽑는건 아닌지까지 생각이 가 닿습니다.
강화도 패전으로 미국에 빼앗긴 수자기의 반환에 관련한 에피소드와 단상을 적다 묻습니다.
우린 각자 무슨 깃발을 걸고 사는지.
약도 또한 그래요. 지금은 스마트폰 지도가 있지만, 예전엔 약도를 많이 그렸습니다. 약도는 그린이의 관념이 추상화 되기 때문에 모두의 약도는 다 다르니, 그 약도에 그 사람이 있다는 건 생각도 못했습니다.
저처럼 시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재미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나의 여집합인 나'는 아버지에 관한 시입니다. 저도 읽으면서 좋은데 함민복 시인의 작품 치곤 좀 뻑뻑하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친구들에게 관념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벅벅 찢어버렸다고 말합니다. 비판의 말에 성낸게 아니라, 이후로 그런 글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이었겠지요. 그래서 그의 시가 그리도 쉬우면서 아름다워질 수 있었겠거요. 꽃 뿐 아니라 열매를 생각하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책 군데 군데에, 수줍은 소년같은 시인의 성품들이 드러나 마음이 찡합니다. 자기가 옳다해도 막 주장하지 못하고, 나이대로 말도 못 놓습니다. 생을 마감하려 양화대교에 섰다가도, 못갚은 소액의 돈이 마음에 걸려 서성입니다. 여리고 순한 마음으로 거친 동네 돌며돌며 사는게 쉽지 않았겠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그 환경을 만나 빚어진게 그의 언어란 점도 절실히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훗날 제 용도를 위해 인상적인 표현 몇가지를 남겨둡니다
- 죽었던 자가 다시 살아나는 코리안 시리즈
- 열쇠처럼 쪼그맣지만 나의 모든것을 열어준 어머니
- 막걸리가 뭐 안주가 필요있나. 완벽하지 못한 술이 안주가 필요한거지.
- 봄편지를 써야하는데 봄 자체가 긴 편지 한장이니 어째.
- 누가 봄볕에 이리 잘 마른 길을 널어 놓았을까
- 그림자는 빛이 직진하려는 힘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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