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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이번 여행의 고갱이는 시골살이입니다. 형님누나 부부가 한달 살기 하는 곳에 1주일 놀러가기로 한 2년 전의 약속이 이뤄진거죠. Podere San Luigi숙소는 농가를 개조해 만든 포데레(podere)입니다.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하늘, 흙길, 나무, 구릉이 그림처럼 펼져지는 무릉도원 같은 곳이었어요. 큼직한 건물에 네개의 숙소가 꽉꽉 차 돌아갑니다. 애초에 형님누님이 오랜 리서치 끝에 극찬의 리뷰보고 선택한 곳이라, 시설과 풍경, 무엇보다 주인의 친절함까지 빼어납니다. 자연가장 좋았던건 볕이 넘쳐나고 녹색이 물결치는 자연 그 자체였습니다.비현실적으로 아름답고 장대한 사이프러스 나무가 두줄로 서있고, 바람에 은빛이 팔랑거리는 올리브 나무도 지천입니다.길가엔 로즈마리가 잡초처럼 무심히 자라고, 바질 화분..

이탈리아는 좋아하지만 이탈리아 시스템은 싫어합니다. 예전, 가족 여행 때 황당한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대중교통이 파업해 점찍었던 여행 지점을 포기하고 종일 걸어 다녔다든지, 당연한 기차표 환불을 안해 줘 줄만 두어시간 서고, 돈 날리고 마음까지 상했다든지, 로마 패스 사는 곳을 물어보면 열이면 열명이 모르면서 아는 척 알려줘 한시간 반을 떼르미니 역 돌아다니며 시간 낭비했다든지 등등이죠. 이탈리아 사람들의 기질과, 엉성한 시스템 덕에 이탈리아 여행의 기억은, 아름다운 풍광 속 진땀나는 경험입니다. 이탈리아 재방문 생각도 없었죠. 그러나 이번 여행은 한달 살기 하는 형님 누나네 방문하는 목적이라 목적지는 토스카나 산골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피렌체로 들어가 1박 후, 볼로냐 가서 1박, 다시 피렌체로 돌아..

아내와 이탈리아 중부 지역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사막의 풍요'입니다. 작년 산티아고 순례길은 제 삶의 변곡점이었습니다. 참 좋았는데 이유가 뭘까 반추했습니다. 문득 깨달았던 건 '사막의 풍요'입니다. 절제된 감각 속에서 삶의 의미가 더 풍성하게 와 닿는단걸 알게 되었습니다. 비행가장 어려웠고, 완수 후 뿌듯했던 도전은 '적막한 비행'입니다. 유럽가는 12시간 비행이면, 통상 영화를 세개쯤 봅니다. 영화로 반 쯤 시간을 때워야 지루하지 않으니까요. 이번엔 갈때 올때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않았습니다. 음악도 듣지 않았습니다. 대신, 철저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책 읽고, 글 쓰고, 다시 책 읽다 시들하면 복도 끝 꼬리까지 가서 한참 서 있었습니다. 마침 아내도 따라나서..

1️⃣ 한줄 평인류는 이제 망했다는 이야기. 근데 재미남. ♓ Inuit Points ★★★★☆정보 네트워크(information network)라는 개념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들의 체제를 추적합니다. 목적은 AI 시대를 상상하기 위해서입니다. 데이터와 정보의 의미와 여기서 생성되는 권력의 토대를 살펴본 후, AI가 미칠 체제와 권력의 영향을 따져봅니다. 하라리는 민주주의나 전체주의 정권 모두 AI에 의해 형해화될 것을 예측합니다. 지금이라도 인류는 정신 차리고 성숙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간곡히 말합니다. 하지만, 인류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아 음울한 결말입니다. 🎢 Stories Related AGI의 관련해 세가지 문파가 있습니다. 비관론자(doomer), 실용적 관점(EA), 과격한 낙관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