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0 (25)
Inuit Blogged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폰 앱은 플립보드(Flipboard)입니다. 처음에는 그 '만져지는' 멋진 UI에 반했지만, 갈수록 다른 매력에 빠져 듭니다. 한눈에 파악되는 비주얼, 모바일 특유의 끊어 읽기 적합한 짧은 글들, 그리고 쉽게 SNS 공유가 가능한 등등, 전체 사용자 경험(UX)이 강렬합니다. 그러다보니, RSS는 고사하고 트위터도 잘 안 보게 됩니다. 플립보드가 선별해 주는 컨텐츠를 그냥 쉽게 소비합니다. 스낵을 먹듯. 뿐만 아닙니다. 아이폰은 제 토막시간을 알뜰히 메워줍니다. 트위터는 거대한 야적장에서 쓸만한걸 건지는 느낌이라 가장 주의력이 낮은 시간에만 사용합니다. 버스나 신호등을 기다리는 때가 그렇지요. 좀 길게 시간이 남으면 RSS 리더나 클리퍼에 저장된 내용을 읽습니다. 그런데, 이런 살..
저는 항상, 과학에 대한 알지 못할 목마름이 있습니다. 잘 사그라들지 않는 지적 호기심이 첫째고, 전 지구적으로 축적되는 특성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진부화되는 지식이라는 점이 둘째 이유일 것입니다. 반면, 좋은 과학책 얻기는 쉽지 않은듯 합니다. 시간이 많다면야, 이미 경영관련한 독서에서 겪는 시행착오처럼 이런 저런 책을 시도하면서 마음에 꼭 맞는 책, 또는 시간 낭비하는 책을 두루 섭렵할 수 있지만, 과학 분야에 할애할 시간은 그리 넉넉치는 않은지라 적합한 선택이 용이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과학책은 어떤걸까요? 꽤나 단순한 기준입니다. 일단 재미있어야 합니다. 과학이라는 무게를 짊어졌다손 치더라도 책이라는 상품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덕목입니다. 둘째는 통찰이 있어야 합..
유니클로라는 브랜드를 제가 처음 접한 것은, 몇 년전 유니클락이란 프로모션을 통해서였습니다. 무표정한 댄스로 시간을 알려주는, 다소 낯설지만 인상적인 접근방법이었습니다. 저같은 경우, 온라인을 통해 먼저 브랜드를 인식했고, 한참 지나 그게 의류 브랜드란걸 알게 되었으니 온라인 광고 효과는 꽤나 좋았다고 봅니다. 얼마전 명동에 큰 매장을 열었다는 점 이외에는 그다지 나와 관련 없게 느껴지던 유니클로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 것은 바로 이 책 덕입니다. 전혀 일본기업답지 않은 혁신기업이란 점에서 경영을 업으로 하는 제게 큰 흥미였습니다. 사실, 성숙산업을 넘어 사양산업 취급 받는 의류업입니다. 일부 사치품을 제외하고는 재고와 모방 속에 안정적 수익을 거두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초고속 디자인으로 입..
흔히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처럼 광범위하면서도 모호하게 사용되는 경영학적 개념이 또 있을까요. 어쩌면 '컨설팅'이 그에 비견될까요. 하지만, 뜻밖으로 깔끔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논의한 책을 만났습니다. (Title) Business Model Generation 비즈니스 모델의 정의부터 명확히 하겠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가치를 창조하고 전파하여 수익으로 변환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묘사하는 것입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돈 버는 메커니즘의 핵심을 기술하는 것인데, 바로 이 부분에서 수 많은 모호성이 탄생합니다. 돈 버는 메커니즘에 대한 범위와 정세도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료 플랫폼 보급 후 광고 수익이라는 것을 쉽게 답할 수 있더라도, ..
일주일에 TV 몇시간이나 보시는지요? 지친 현대인의 휴식에 TV만큼 편한 매체도 없지만, 그 시간이 무용하고 아깝다는 생각 든 적 많을겁니다. 그 생각을 나만 할까요? 만일 TV 시청시간의 무가치함을 인정한다면, 그 무용의 총합은 어떨까요? 세계 평균의 TV 시청시간은 주당 20시간입니다. 평일 두시간, 토일 5시간에 해당하는 정도이니 우리나라 평균은 이보다 높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세계에서 TV에 소비하는 시간은 연간 1조 시간입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시간인가요? 위키피디아를 만드는데 소비되는 시간이 1억시간이라고 합니다. 즉 우리 모두의 TV 시청시간을 평균 1%만 위키피디아 만드는데 쏟는다면 1년에 100개 이상의 위키피디아에 해당하는 지적 자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Title) Cogniti..
(부제) 피렌체를 알면 인문학이 보인다 이탈리아 여행 전 폭풍공부 시리즈의 마지막입니다. 일정 상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는 무척 기뻤습니다. 제가 딱 원했던 깊이의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르네상스의 발원지로서 피렌체의 황금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인물중심으로 살펴보는 책입니다. 항상, 인물 중심의 서술은 전체 스토리를 생략해 간다는 점, 영웅주의에 빠지기 쉽다는 점 등의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큰 그림을 잡는데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바로 이 책을 읽으면 좀 낯설 수 있었겠지만, 이미 피렌체의 지리, 역사, 풍경을 다 숙지한 상태에서 읽으니 참 즐겁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건물들, 인물들이 어떤 관계망속에서 얽혀 있는지 알게 되니 말입니다. 르네상스의 출현 거칠게 생략해서 르네상스적 깨달음은 ..
세상에, 로마에 언덕이 몇개 있는지 알고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파리에는 몇개의 언덕이 있나요? 런던은? 하다못해 서울은 어떤가요? 그러나 고백컨대, 제가 바로 로마의 언덕에 관심있는 사람입니다. 특별히 언덕에 매력을 느낄 까닭도 동기도 없습니다. 그러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름도 외워지지 않는 언덕 개념으로 지역을 범주화하는 것을 보면서, 로마의 언덕은 제게 막연히 생경하고 한편 동경하는 마음이 생겼더랬습니다. 일곱 언덕의 쓰임새, 지위, 각 언덕에 자리잡은 유적과 역사 등이 무척 궁금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 지식에 대한 탐심을 흡족히 채워준 책입니다. 먼저 궁금증부터 해결해 볼까요. 1. 팔라티노(Palatino) 세상 모든 궁전들(팰리스)의 어원이 된 팔라티노..
연말연시 미래보기 3종세트 중 둘째 책을 마쳤습니다. 연말연시란게 연속된 시간에 금 그어 구분한 인위적인 매듭입니다만, 그럼에도 잠시 멈춰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기에 좋은 시간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전 이 맘 때면 항상 이런 미래시제의 이야기들을 읽습니다. 첫째 책인 '2011 대예측'이 올해인 2011년에 대한 이야기라면, '2020 부의 전쟁'은 시야의 지평이 넓습니다. 최소 10년에서 30년을 두고 이야기하지요. 방금 시작 한 '이코노미스트' 책은 글로벌한 생동감이 뛰어납니다. He's back 이미 전작인 '2030 부의 미래지도'를 통해 내공을 여실히 보인 최윤식 씨입니다. 당시 우리나라 미래학 책이 이렇게 알뜰히 잘 만들어졌을까하는 놀라움이 다소 엉성한 짜임새를 커버했지요. 이번 책은..
여행의 진미 중 하나는 단연 음식입니다. 제 블로그에도 음식에 관련한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상의 음식은 허기를 채우고 기운을 돋우는 에너자이저의 역할입니다만, 여행 중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기질이 다 담긴 경험의 압축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여행하기 위해 먹기 보다 맛보기 위해 여행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산 사람이 있었네요. 세계 맛보기에 단지 일가견 있을 뿐 아니라, 중독적으로 탐닉하는 저자는 누구나 꿈에 그릴만한 맛 여행을 글로 적습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책과는 좀 다릅니다. 우선 많은 음식, 다양하게 커버하겠다는 욕심을 버렸습니다. 파리, 바르셀로나, 런던 등을 제외하면 책의 2/3는 이탈리아 음식입니다. 넓이를 포기하는..
진화론을 믿으시나요? 아니면 종교를 믿으시나요. 둘 다 믿으시나요. 재미나게도,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의 83%는 진화론을 믿습니다. 불교신자는 68%가 믿습니다. 그러나, 개신교는 40%만이 진화론을 믿습니다. 진화론이 과학이라면, 학력에 따른 편차는 있을지언정, 종교에 따라 수용하는 비율이 달라진다는건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있을까요? 사실, 어렵고 복잡하고 믿기 힘들기로 따지면, 20세기 과학의 최대 성과이자 난해한 수식인 상대성 이론을 못 믿는 사람이 많아야 옳을 것입니다. 하지만 훨씬 직관적이고 이해도 쉬운 진화론은 못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히려 그 탄생 직후부터 거센 논란에 휩싸이며 찬반양론이 격돌해 왔습니다. 모든 증거를 완벽하게 모으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신빙성 있는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