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습관의 알고리즘 본문
1️⃣ 한줄 평
첨엔 반짝 환호. 이내 답답해지는 아카데믹 글쓰기의 한계여.
♓ Inuit Points ★★★☆☆
뇌과학 측면에서 습관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소상히 적어둔 글입니다. 특히, 고차원적 집행기능과 단순 반응 사이 지점으로서의 습관과 그 자동성에 주목합니다. 반면 이런 제목을 읽는 독자라면 당연히 갈망할 습관 형성과 고치는 법에 대해선 딱부러진 해결책이 없습니다. 별다섯으로 시작해 셋에서 멈췄습니다.
❤️ To whom it matters
- 습관의 뇌과학적 기전이 궁금했던 분
- 중독에 대해 우려해본 분
🎢 Stories Related
- 전 뇌과학 공부를 좋아합니다.
- 좀 더 뇌를 잘 쓰기 위해서인데, 그 중 하나는 습관이죠.
- 책은 습관이란 단일 개념에 집중한 점이 좋습니다.
- 다만, 뇌과학 연구 결과 정리에서만 그친 점이 아쉽습니다.
- 놀랍게도, 원제인 hard to break나 한글제목인 '습관의 알고리즘'은 내용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 알고리듬은 알려주지만 응용은 알아서 하라는 면에서.
Hard to break: Why our brains make habits stick
Russell Poldrack, 2021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저자 폴드랙은 뇌는 습관 기계(habit machine)라고 말합니다.
만약 습관같은 자동행동이 없다면 우린 하루도 온전히 살아갈 수 없을겁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 내려 마시고, 이 닦고 샤워하고, 옷 찾아 입고, 차를 몰거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매일의 두시간만 생각해도 그래요. 우리가 결정이나 초집중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게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 출장이나 여행을 갔다치면 확연히 느껴집니다. 커피 한잔 마시기, 교통편을 찾아 오피스로 이동하기 등 모든게 극도의 정신활동이 되지요. 정보를 모으고 행동의 연관성과 위험, 비용, 시간을 상상하고 작은 결정을 쌓아야 가능한 일이죠.
즉 카너먼이 시스템 1이라고 말하는 자동행동이 없다면 우린 활동의 양과 질이 급격히 축소될 겁니다. 저자는 이런 일련의 행동 묶음을 습관이라고 봅니다. 심지어, 생각과 정서의 자동 반응까지 습관으로 봅니다. 그럼 이 습관은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요.
무대는 기저핵, 조연은 도파민입니다. 즉 도파민이 행동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경로를 선택하여 피질고리를 돌립니다. 여기서 재미난건 처음엔 고차원적 주의집중이 필요한 인지고리를 돌다가 도파민이 인접 피질로 함께 뿌려져 운동고리로 전이가 됩니다. 이게 습관의 핵심 원리입니다. 따라서 이후로는 집중과 제어 필요 없이 몸이 알아서 반응하게 되는 행동의 모음집이 완성됩니다. 습관이죠.
따라서 습관은 에너지를 절약하여 더 복잡한 일을 가능케 하는 필수적이며 인간적인 기능입니다. 다만 이 습관이 잘못 형성되었을때 문제가 됩니다.
우선 중독의 문제가 있죠. 재미난건 중독자가 의지가 약한게 아니란 점이에요. 중독자는 의지가 평균보다 강합니다. 다만 충동을 제어하는 자제력이 낮습니다. 생래적으로 낮기도 하고 어떤 환경적 이유로 한번 중독에 빠지면 낮아집니다. 제어기능이 마비되고, 도파민 시스템이 망가져 더 자극을 갈망하는 악순환에 빠지죠. 결국 중독은 강박(compulsivity)이 되어버린 충동(impulsivity)입니다. 흥미롭게도 음식 중독은 약물중독과는 기전이 다릅니다. 다른 변수보다 음식 환경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반면 스마트폰 중독은 도박과 동일한 기전의 행동중독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제 관심사인 좋은 습관 형성 또는 나쁜 습관 버리기에 대해서는 실망스럽습니다. 어떤 연구를 공들여 설명하니, 아 이렇게 하면 되나 느껴질때 쯤, 하지만 이건 반박되고 있다, 식으로 버려진 가설이나 저자가 믿지 않는 연구 소개들에 지나치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합니다. 나중엔 슬쩍 성가스럽습니다. 연구자가 아닌 다음엔 곁가지 이론을 그렇게까지 공들여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쓸모없음의 여집합인 연구들이라도 날카로우면 좋을텐데, 실행하려보면 보잘것 없고 시시합니다.
나쁜 습관을 고치는 방법은 세가지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첫째 환경의 통제, 둘째 습관의 관성 극복, 셋째, 목표지향적 행동(주의집중과 자제력) 강화입니다. 전형적인 코끼리 냉장고에 넣는 솔루션이죠.
그나마 새겨둘 포인트는 이겁니다.
- 아예 눈에 안보이게 하고, 선택지에서 배제하도록 세팅할것
- 손실 회피 본능을 활용하면 효과가 좋다 (못지키면 벌금내기 등)
- 결정할 일을 만들지 말고, 매우 단순한 규칙을 고수할것 (fast & frugal rule)
- 실행시 IF-THEN 을 상세화 할 것
- 진척을 꾸준히 관찰하여 피드백 고리를 강화할것 (보상/벌칙)
책 읽으며 인상깊었던 배움 한가지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중독이든 시스템 1이든 모델없는 강화학습(model-free reinforcement learning) 습관시스템이 발동할때는 고차원 기능을 사용할 여력이 부족해서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 환경적 요인은 주의분산(distraction)과 스트레스입니다. 이 둘을 제어하는게 좋은 습관과 고차원적 인지기능을 활용하는데 필수란 점을 마음에 새겨둡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가 든다는 착각 (0) | 2024.08.03 |
---|---|
이성복 아포리즘 (0) | 2024.07.13 |
저주토끼 (0) | 2024.05.25 |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0) | 2024.05.18 |
연기와 공 그리고 무상과 무아 (0) | 2024.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