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본문
1️⃣ 한줄 평
이과에게 가장 완벽한 추상화 설명
♓ Inuit Points ★★★☆☆
뇌과학 이론에 기반한 추상미술의 원리입니다. 뇌는 시각 정보를 상향식으로 인식하는 한편, 다시 그 정보를 하향식으로 해석합니다. 추상화는 이 하향 정보 처리 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다만 미학적 뇌(aesthetic brain) 연구의 초기 단계의 책이라서인지, 뇌과학과 미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진 못하고, 물리적 혼합에 가깝습니다. 아쉬울뿐 전혀 흠은 아니고, 두 세계의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합니다. 별 셋 주었습니다.
❤️ To whom it matters
- 추상미술이 대체 왜 저렇지 혼자만 답답했던 분
- 뉴욕 미술이 왜 현대 미술의 중심이 되었는지 궁금한 분
- 팝아트가 아트 맞나 생각해본 분
🎢 Stories Related
- 저자 에릭 캔들은 기억의 메커니즘을 밝혀낸 노벨 수상자입니다.
Reductionism in art & science: Bridging the two cultures
Eric Kandel, 2016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내가 된다는 것'에서 집중적으로 말하는건 '지각이 제어된 환각'이란 점이죠. 캔들은 미적 정보처리를, 대상을 감각하는 상향(bottom up)정보와 대상을 재해석하여 지각하는 하향(top down)정보로 대별해서 생각합니다.
이중 구상화(figuration)는 상향정보에 더 많이 의존하는 반면, 추상화(abstration)는 뇌가 그림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넣고 자신의 내적 세계의 정보를 불러 적극적으로 지각하고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고, 이게 추상화의 본질임을 밝힙니다.
터너(Turner) 이후 실물의 모방이라는 지루함에서 탈피하던 미술은 사진의 등장으로 대충격에 빠집니다. 사물의 시각적 재현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잃었기 때문이죠. 따라서 모네(Monet)를 중심으로 인상을 표현하는 화풍이 대두합니다. 그리고 원근을 무시하여 관점을 해체하는 피카소와 입체파도 나오죠. 사진 이외로 미술계가 받은 충격은 상대성 원리입니다. 절대적인 건 없다는 점이죠. 그리고 음악도 한몫합니다. 자연의 소리를 모사하지 않고도 아름다운, 음악은 추상화된 소리죠.
쇤베르크에서 음악과 추상미술이 교차하고, 칸딘스키가 이 지점을 포착해 새 장을 엽니다. 원근과 형태를 벗어나죠. 그리고 몬드리안은 아예 기하학적 형태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냅니다.
이 과정에서 뉴욕파(New York School)의 역할이 대두됩니다. 2차대전 이후 땅과 마음이 다 폐허가 된 유럽의 예술가들은 뉴욕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서구적 미술 관념에서도 해방됩니다. 더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죠.
크게 두방향입니다. 데 쿠닝(De Kooning)과 폴락(Pollock)의 행동미술(gesturial painting, action painting), 로스코(Rothko)와 모리스 루이스(Morris Louis) 등의 색면화(color field painting)입니다. 더 나아가면 빛을 가지고 정서를 자아내는 댄 플래빈(Dan Flavin)과 제임스 터렐(James Turrel)이 등장하죠.
또한 구상의 전통에 바로 추상의 도구를 입힌게 카츠(Katz)를 거쳐 워홀(Warhole)에서 만개한 팝아트입니다. 대중문화적 표현을 적극 도입하고, 반복을 통해 감정을 제거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추상화는 실물세계의 재생적 묘사라는 정체성을 잃은 화가들이 새롭게 시각을 장면화하는 노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향정보처리를 활용하면서 감상자는 더 적극적인 경험이 가능해지죠. 고양되는 영적 감각(uplifting sense of spirituality)에서 추상화는 자기자리를 챙겼고, 이내 현대미술의 핵심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책의 논점을 설명하는데 뇌과학의 설명이 꼭 필요하진 않습니다. 즉 하향정보의 처리방식에 동원되는 뇌신경을 몰라도, 하향정보처리 경로가 추상화의 빈곳을 메운다는 점만 이해하면 전체 흐름을 따라가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그 점에서 '미학의 뇌'처럼, 뇌과학과 미술이 유기적으로 융합되지 않고 물리적 결합에 머물러 살짝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꽤 재미난 책입니다. 미술의 흐름을 통사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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