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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1️⃣ 한줄 평난해하다. 그럼에도 부여잡고 끝까지 읽게 되는 묘한 매력. ♓ Inuit Points ★★★☆☆난해한 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취향임을 전제로, 혼자만의 시상에 취해 개념을 숨기고 유희하는 시들을 안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소호의 시는 세심히 의도한 난해라 괜찮았습니다. 장난하듯 숨기듯 뒤틀어 어려운게 아니고, 다 쓰지 못하는 자기 억압 때문에 난해해지기 때문입니다. 다 적을 수 없어 서사가 뭉텅뭉텅 잘려나가거나, 가해자-피해자가 가족관계에서 난수화되다보니, 대상을 동일시하거나 자아를 분리하기 때문에 삼자가 읽기에 어렵습니다. 반면, 안타깝게 써간 마음이 느껴지니, 난해해도 이해하려는 양방향 작용이 생깁니다. 다 읽어도 다 이해하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읽는 동안 이런 전복적 발화가 인상 깊었..
1️⃣ 한줄 평말라죽어가는 한글 체언에 숨을 불어둔, 백석 ♓ Inuit Points ★★★☆☆백석 시 전체를 고형진이 공들여 엮은 우리말의 보물 창고입니다. 고고학적 유물을 발굴하듯, 시 한수 한수를 먼지 털고 빛 내어 모양을 잡아 현대 국어로 닦아두었습니다. 우리말인데도 영시 읽듯 한번에 읽히지 않지만, 곱씹다보면 들꽃 같은 단맛이 나는 시입니다. 별 셋 주었습니다. ❤️ To whom it matters우리 입말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분근대 문학과 작가들에 흥미 많은 분🎢 Stories Related 리뷰는 간소한데, 여기 적어둘 스토리가 더 많습니다.'월북작가'로 한국 문단사에서 지워졌다가 해금되었지만, 정확히는 월북이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간 재북 작가입니다정주 출신으로, 평안도..
1️⃣ 한줄 평찰(察) ♓ Inuit Points ★★★☆☆이번에 까미노 가서 이 책 제목을 수없이 떠올렸습니다. 모든 길이 서로 헤어졌다 만나는 얽힘을 내내 보게 되니까요. 함민복 시인의 산문집인데, 글이 참 좋습니다. 별 셋 주었습니다. ❤️ To whom it matters함민복 시인의 팬시 짓는 마음을 알고 싶은 분예쁘지만 속이 꽉찬 글을 보고 싶은 분🎢 Stories Related 함민복 시인을 직접 뵙고 온 적 있습니다제목은 시의 한 구절입니다'길은 서로 만난다, 섬인 길은 없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함민복, 2009 🗨️ 좀 더 자세한 이야기함시인이 강화도에서 원숙해져가며 쓴 산문들입니다. 강화로 옮긴 후 그는 생을 보는 눈매도 깊어지고, 글도 따라 깊어집니다.굳이 패턴을 추려보면..
이성복, 2001 격언이나 경구란 말 대신, 아포리즘이라는 생경하고 다소 나른한 어감의 짧은글 묶음입니다.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못한다. 상상력 풍부하고 절제감 단단한 부제에 이끌려 덜컥 질렀는데, 이런 보석같은 문장을 만나려면 잔디밭에서 보물찾듯 상당한 공을 들여야합니다. 짧더라도 내재된 내러티브와 미장센이 있는 시와 달리, 맥락이 흩날리는 문장들 묶음이기 때문이지요. 심하게 압축된 추상적 시의 난해함과는 또 다른, 용도가 다른 퍼즐 조각들인데다가, 나머지 퍼즐 피스는 아예 없으니 그저 문장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자연, 저자의 습작 낙서장이라 보면 딱 맞습니다. 세공한 후 딱 맞는 목걸이에 끼우기 전 초벌 가공된 원석들을 그러모아둔 상황이니까요. 이리보면, 저자가 사유를 개발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