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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꽤 알려졌지만, 그 이상 더 오해도 많은 단어 '해커'입니다. 컴퓨터 세상에서는 해커(hacker)와 크래커(cracker)를 철저히 구분하지요. 해커는 허술한 틈을 비집어 시스템의 본질을 끝까지 탐구하는데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크래커는 금전적 이득을 목표로 시스템을 파괴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들입니다. 대개 영화나 소설의 영향탓에, 사람들은 종종 크래커 이미지를 생각하며 해커라 부르곤 합니다. (부제)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금융의 진실 'OTL English'의 저자 a77ila님의 둘째 작품입니다. 어찌 보면 참 럭비공 같습니다. 첫 책은 영어책, 둘째 책은 금융공학책인데, 본업은 변호사지요. 이렇게 보면 경력이 중구난방 같이 보입니다. 하지만, 꽤 명백한 일관성이 있습니다. 키워드..
명절 즈음 안 보이면 섭섭하고, 항상 비슷해도 보는 동안만큼은 홀딱 빠져 보는 성룡의 영화처럼, 김진명 책도 독특한 포지션이 있습니다. 낯 간지럽다면서도 막상 읽다보면 가슴 뛰는 내셔널리즘, 음모론을 허구의 세상에서 펄떡거리게 만드는 구성력, 그리고 검증하기보다는 그냥 신앙하고 싶은 또렷한 결론까지 말입니다. 대한국인인 우리가 정확한 유래를 모르는 韓의 실체를 좇는 소설입니다. 신화와 선사(先史)가 뒤섞여 삼한과 삼국 이전의 역사가 아리송한 우리 역사에서 한의 의미를 살펴보는 일은 꽤 의미있습니다. 조선이 고조선을,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했다면 대한제국은 삼한보다는 더 큰 상징을 표방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의외의 중국 문헌, 그리고 천문학적 연구결과를 조합해 韓나라의 시공간적 위치를 드러내는..
강대리, 국수 언제 먹게 해 줄거야?이 한마디에 담긴 뜻을 모를 한국인이 있을까요. 결혼잔치를 의미하는 국수. 그런데 왜 국수는 잔치의 상징이 되었을까요. '면식수행'이라하여 폐인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지는 요즘 국수의 지위와, 피로연에 의례적으로 나오는 퉁퉁 불은 미지근한 국수가 갖는 의미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주중 열끼 중 네댓번은 면을 먹고, 주말 한끼는 꼭 라면을 먹어야 하며, 한달에 한 번 이상은 짜장면을 먹어줘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국수애호가인 저로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누들로드(Noodle road)는 단순히 국수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국수의 발원에서 국수의 전파경로, 각 문명에서의 변용과 문화사적 의미를 찾는 방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입니다. TV 다큐멘터리로 뚜렷..
먼저 클리쉐 부터. 소련의 붕괴와 911 테러를 예측한 사나이. 스필버그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2050년대 상황을 실감나게 그려낸 인물. Michael Porter의 모니터 그룹 자회사인 GBN (Global Business Networks)의 회장. 피터 슈워츠, 그리고 그가 사용하던 시나리오 기법 이렇게 광고 같은 글만 보면 뭔가 새끈한 미래학 방법 같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마법의 구슬이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 예측력만 놓고 보면 슈워츠는 나이스빗 방법론의 엄정함을 못 따라가지요. 시나리오 플래닝의 정확한 의미는 그 쓰임새에서 찾아야 합니다. 앞 글에서 '전략이 상정하는 미래관'을 정리했습니다. 이 중 시나리오 플래닝은 결정론적 세계관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나온 방법론임을 지적했습니다. 그리..
So simple and clear 며칠 전 이벤트에서 설명한 책입니다. 저자만큼이나 딱 부러집니다. 모든게 명료합니다. 타겟이 확실합니다. 블로그 초심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난이도 구성이 깔끔합니다. 블로그 개설하는 방법 설명으로 시작해서, 생각해 볼 점을 차차 난이도 높여가며 설명합니다.기술적으로 복잡한 내용을 정말 알기쉽게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게다가, 쉬움을 위해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담담히 그러나 끈질기게 설명합니다. 비유하고, 반복합니다. How long will it be valid?반면, 정신없이 휙휙 변하는 블로고스피어입니다. 그 다이나믹을 종이에 가두는게 가능할까 우려스럽습니다. 저자도 밝혔듯, 이미 책 나오고 네이버의 정책이 일부 개방성을 더하는걸로 바뀌었지요. 최근 의미있는 블로그..
아, 더 이상 한줄도 못 쓰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느낌입니다. 지금 쓰는 책은 힘겹게, 힘겹게 한줄씩 뇌신경을 뽑아내듯 한계를 돌파하고 있는 중입니다.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저기까지만 가보자, 스스로 달래고 얼르며 말입니다. 책은 엉덩이로 쓰는거라는 산나님 조언대로, 되든 안되든 시간 정해놓은 만큼은 앉아있으려 합니다. 벌써 석 달째 주말들입니다. 어제 밤엔, 잠시 쉰다고 읽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순례자의 팍팍한 피로와 갈증을 느끼며 사막과 숲길을 따라 타박타박 걸었습니다. 글맛을 즐겨 야금야금 읽겠다는 각오와는 정반대로, 카미노를 단숨에 내달아 한 밤에 산티아고 끝까지 도착해 버렸습니다. 문제는 책을 다 읽어버린게 아닙니다. 이 책을 읽으니 너무 비교가 되어 맥이 탁 풀리고 글 쓰기가 힘..